“여름에 그린피 8만 5000원하던 곳을 가을이라고 28만원이나 주고 가려니 선뜻 부킹이 안 되네요.같은 골프장인데 오직 계절 때문에 이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건가요?”
이른바 골프 8학군이라고 불리는 경기도 용인권에 위치한 A골프장은 국내 유수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다. 회원제 두 코스와 퍼블릭 두 코스로 나뉘어 회원 뿐 아니라 일반회원들도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특히 골프 비수기로 불리는 하계 시즌에는 그린피 10만원 이하에서도 부킹이 가능했기 때문에 하계 골프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적당한 코스 난이도에 그린 관리 상태도 좋아서다.
하지만 하계, 동계 시즌을 제외하고 이른바 골프의 계절 4~6월과 9~11월 성수기에는 최대 4배까지 그린피가 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A골프장의 사례가 아니다. 수도권, 충청권, 춘천‧강원권을 막론하고 비시즌과 시즌, 선호시간대와 비선호시간대 그린피 차이는 크게 나고 있다.
같은 골프장 그린피 차이가 왜 이렇게까지 크게 나는지 궁금해 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많다.
이는 2022년 정부 정책 탓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를 낮추기 위해 2022년 11월 대중제를 비회원제와 세금혜택을 받는 대중형으로 나눴다. 이때 대중형을 선택하는 골프장에 대해 그린피 평균치를 정한 것이다. 국내 상당수 골프장들이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대중형을 선택하면서 그린피를 평균치만 맞추면 되게 됐다.
즉 하계‧동계 등 비시즌뿐만 아니라 비선호 시간대인 새벽과 야간 그린피를 낮춰 방문객을 유도한다. 대신 골프시즌과 선호시간대 그린피를 높여 정부가 제시하는 평균 그린피를 맞추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골퍼들의 원성이 높았던 대중형(퍼블릭) 골프장의 그린피가 2만원 가까이 내릴 가능성이 보인다. ‘골프 대중화’의 취지 아래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대중형 골프장들의 그린피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결과 대중형 골프장임에도 불구하고 회원제 골프장보다 월등히 높은 그린피를 내야 하는 골프장이 속출했다. 그린피를 평균(주중 18.8만원, 주말 24.7만원)으로 잡은 결과 외형은 대중형 골프장이지만 기준 그린피를 초과하는 골프장(주중 그린피 기준)이 수도권 46개소, 강원 15개소, 충북 14개소 등 87개소로 전체의 34.7%에 달하게 됐다. 골프장들은 시간대별 그린피 차등책을 통해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정부정책의 실패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세금 혜택은 받으면서 선호 계절과 시간대 그린피를 평균치 보다 높게 책정하는 구장들이 늘어나자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국내보다 골프장 이용 비용이 4분의 1 수준까지 저렴한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빠져나가는 이용객들이 급증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이 최근 ‘체육 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에 따르면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는 4~6월과 9~11월의 ‘평균’에서 ‘최고’ 가격으로 바뀐다.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 기준이 ‘최고’치로 변경된다면 향후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는 인하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민형배 의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등한 대중골프장의 그린피를 인하시키기 위해서 비회원제 골프장을 신설했지만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그린피를 평균치로 규정해 효과가 적었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번에 체시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입법 취지를 말했다.
또한 “당시 기준 금액도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요금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지역 골프장은 오히려 코스 이용료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24일에 있을 종감에서 최고가 요금도 권역별로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장관께 질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개정안은 여야의 이견이 없다면 올해 안으로 바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형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 기준 평균 3만원 정도 비싸다. 2020~2023년 동안 31.7% 폭등했던 대중형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팬데믹이 끝난 뒤 2024년에는 0.8% 인하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