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골퍼 시점’은 기자가 직접 다녀오는 체험형 기사다. 공인 핸디캡 15의 평균 수준 골퍼인 기자가 직접 다녀와서 골프장의 서비스와 컨디션, 난이도 등을 소개한다. 체험형 기사인 탓에 주관적인 의견이 섞일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
클럽72(옛 스카이72)이 골프장 이름을 바꾼 후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인천공항공사가 점유하면서 관리상태가 미흡하다는 입소문이 파다했다. 올해는 비교적 잔디와 그린 등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클럽72는 지난해 4월부터 KX그룹이 운영권을 넘겨받아 영업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소유하고 운영을 하던 중 장기간의 분쟁으로 골프장 관리가 안 되면서 골퍼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다. 스카이72 시절 최고의 대중제 골프장으로 국내에서 내장객이 가장 많은 구장이었던 만큼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클럽72 운영을 하고 있는 KX그룹에서는 여주 신라 CC, 파주CC, 떼제베CC와 관계사가 운영하고 있는 파가니카CC, 알펜시아CC, 알펜시아 700GC의 예약까지 가능하다.
클럽72 운영을 정식으로 시작할 당시 KX그룹은 “우리 골프장은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1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시설 공사가 마무리되면 종전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골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종전보다 이용 요금을 낮춰 골퍼들의 부담도 덜어줄 것”이라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 평이해 보이지만 전략 필요한 레이크코스..물 위에 비춘 조명 아름답다
레이크코스의 낮과 밤은 다르다. 낮은 따뜻한 정원 느낌이 나는 가든형 코스다. 밤이 되면 코스 안으로 별빛이 내려앉는다. 늦은 저녁 시간 노을이 비추면서 핑크색이 되는 골프장은 해가 떨어지고 나면 수많은 조명이 켜지면서 흡사 밤하늘의 별빛을 연상케 한다.
코스를 호수가 둘러싸고 있는 만큼 레이크코스에서의 샷은 섬세해야 한다. 페어웨이 주변으로 호수와 늪지가 펼쳐져 있는 탓이다. 얼핏 평이해 보이지만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이유다.
클럽72는 3부 플레이를 하고 있다. 오후 5시대부터 7시대까지 다양하게 티타임을 배치하고 있어 서울과 경기 북부 근무자들은 퇴근 후에도 골프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접근성 면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7시 7분 티오프 시간에 플레이를 해보았다.
5월인데도 모기가 극성이다. 클럽72 레이크코스의 모기 출몰은 악명 높다. 골퍼가 티박스에 섰을 때 모기들은 파티를 벌인다. 모기, 날파리 등 해충의 방해에 아랑곳하지 않는 멘탈이 필요한 구장이다.
레이크아웃에서 시작된 플레이는 멀리 한 바퀴 돌며 마무리 된다. 코스가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옆에 끼고 있는 탓에 소음에도 무덤덤해야 할 것이다.
레이크코스라는 이름답게 아일랜드 그린이 많다. 호수를 끼고 있거나 호수 위에 떠 있는 그린 공략을 위해서는 랜딩지점을 전략적으로 예측해야 스코어를 지킬 수 있다.
클래식코스와는 다르게 우도그렉홀, 좌도그렉홀도 제법 있다. 골퍼 본인의 비거리만큼 충분히 보내고 싶어도 그렇게 해서는 홀이 상당하다. 끊어 쳐야 유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플레이를 한 날의 페어웨이 상태는 양호했다. 지난해처럼 흙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곳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으며, 디봇 자국도 빠르게 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72 시절부터 클럽72를 여러 차례 방문해 봤지만 야간 플레이 중에 그린 관리를 위해 물을 뿌리는 모습은 이날 처음 목격했다. 그런 만큼 최근의 클럽72는 시설 관리에 진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린 위 잔디가 다소 길었다. 이 때문에 2.5라고 하는 그린스피드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야간 플레이인 탓에 그린은 더욱 느려져 플레이어가 보는 라인대로 볼이 흘러주질 않는다. 모든 플레이어들의 핑계이겠지만 또한 모든 플레이어들을 애 먹게 하는 대목이다.
클럽72 레이크코스 3부로 다녀왔다고 하니 “밀리지는 않았고?”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그만큼 3부 내장객이 많은 골프장인 탓에 플레이 지연이 속출한다. 이날은 골퍼들이 싫어하는 밀리는 현상은 없이 자연스럽게 플레이가 진행됐다.
오랜만에 봄 밤 방문한 클럽72는 기대 이상이었다. 3부 그린피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요즘, 이 정도 접근성과 시설의 골프장이 특가로 행사를 하고 있어 부담도 덜어준다. 골프 시즌이 시작되면서 관리에 열심히 인 것을 보건데 올해를 기점으로 클럽72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가 골프장을 점유한 상태로 관리도 없이 내장객만 받으며 망가진 명성을 곧 되찾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