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가 내세운 ‘제2의 골프대중화’ 기치가 무색할 만큼 골퍼들의 플레이 지출액이 급증했다. 덩달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골퍼들도 급증해 지방 골프장들의 영업이익이 급락하고 있다.
대중골프장의 그린피는 2020년 5월~2022년 10월까지 주중 33.9%, 토요일 24.8% 급등했다. 골퍼들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캐디피는 16.1%, 카트피는 10.1% 인상됐다. 이처럼 이용료가 폭등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골프장들이 최근 들어서는 팀당 카트피 16만~36만 원짜리 리무진 카트를 도입했다.
지난해 골프장별로 순차적으로 인상했던 캐디피가 올해는 카트피 인상으로 옮겨갔다. 카트피만 떼어서 살펴보자.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24’에 따르면 지난해 골퍼들이 지출한 카트피는 1조1480억원이다. 2011년보다 2.27배 급증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팀당 카트피는 2011년 평균 7만9400원에서 지난해 9만8000원으로 23.4% 인상됐다. 대중형도 같은 기간 26.3% 올랐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올해에도 회원제 카트피는 1년 전보다 1.9%, 대중형은 2.0%씩 인상했다.
팀당 카트피 분포(2024. 5월)를 보면 10만원을 받는 골프장수(18홀 이상)가 261개소로 전체 399개소의 65.4%를 차지했다. 8만·9만원을 받는 곳은 각각 32개소, 81개소, 12만원을 받는 곳도 22개소에 달했다.
2017년까지는 8만원을 받는 곳이 대세였다. 그러나 2018년 이후 9만원으로 인상하는 곳이 많아졌고 2020년 이후에는 10만원 받는 골프장이 급증했다.
골프장은 카트구입비 1500만 원 가량과 운영, 유지비를 포함해 감가상각비까지 계산해도 대당 6개월이면 투자비 회수로 추산된다. 이후 10년 이상 카트를 통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은 “카트피 징수 방식을 팀당이 아닌 인당으로 바꿔야 한다”라며 “이는 3명이 식사했는데 4명 식대를 내라는 것과 다름없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서 소장은 또 “카트피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리무진 카트까지 도입하는 것이 국내 골프장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이런 추세가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 것은 아닌지 골프장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억까’라며 울분 토한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카트피로 폭리
폭등한 그린피 및 부대비용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KGBA도 목소리를 냈다.
KGBA는 지난해 8월 “골프장 카트비, 캐디피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 논란을 키웠다. 입장문을 본 골퍼들 사이에서는 “해외 골프가 답”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협회는 2022년 물가 인상률을 언급하며 “언론과 대중들은 카트비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게 폭등한 물가 품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타 산업군과 같이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골프장에만 손가락질하는 이러한 현상이 과연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라고 반박했다.
‘억까’라는 표현을 사용한 KGBA는 카트‧캐디피 인상 비난에 대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내 550여개 골프장에 필요한 캐디 수는 약 5만 명인 반면 실제 활동 중인 캐디 수는 3만 6000여명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발생한 수요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덧붙였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댄 것이다.
그러면서 골프장의 과도한 그린피의 정부 개입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듯 “이런 시장의 균형 상태에 정부가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라며 “시장이 오로지 정부에 의해서만 관리된다면 시장 내에서의 경쟁 행위가 일어나는 무대가 정치경제로 옮겨가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혼란을 발생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와 판매자가 주도하는 시장경제인가? 정부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정부의 골프비용 개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논조다.
대중들은 KGBA의 이 같은 입장에 “내장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입장문”이라며 “해외로 나가는 것이 답”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이용객 감소 현실화…국내 골프장, 이용요금 현실화는 ‘느릿’
국내 골프장들의 횡포에 가까운 요금에 골퍼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이용객수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들의 이용객 수는 2022년 대비 286만명(-5.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예약이 힘들 정도로 손님이 몰리던 전국의 골프장들은 내장객이 줄어들면서 고민에 빠졌다.
KGBA가 최근 발표한 2023 전국 골프장·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전국 522개 골프장을 이용한 내장객은 총 4772만 여명으로 조사됐다. 2022년 5058만 명에 비해 5.7%(286만명) 감소한 수치다.
그중 회원제 골프장 152곳을 찾은 이용객은 1550만 여명, 비회원제 370곳을 찾은 이용객은 3221만 여명이다. 1홀당 평균 이용객도 전년 대비 396명 줄었다.
이용객 감소폭은 지방으로 갈수록 크다. 제주 15%, 전북 10%, 전남 7.6%, 강원 6.5% 순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주도는 전국 평균 하락 폭의 3배 수준인 15%가 감소했다. 조식과 카트비 포함해 그린피가 10만원(도민 기준)인 골프장도 등장했지만 팀수를 채우기에는 여전히 버거운 실정이다.
제주 외에도 전국 모든 지역의 골프장 이용객 수가 감소했다. 전북은 지난해 이용객 수가 216만명에서 195만명으로 줄었다. 광주-전남도 418만명에서 386만명으로 하락했다.
강원도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21년 480만493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하락 추세다. 2022년 전년대비 2% 줄어든 데 이어 2023년에는 6%대로 감소폭을 키웠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용객 수가 1000만 명대인 서울-경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22년 1711만명에서 1635만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골프장 수는 2022년 대비 1.6%(514개→522개) 늘었다.
골프장과 홀 수가 늘어남으로써 골퍼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내장객 수는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불균형 여파가 더 커지고 있다.
부킹플랫폼 XGOL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예약 완료 건을 토대로 산정된 수도권 평균 그린피는 18만5159원이다. 제주(15만3286원), 강원(14만5226원), 전라(14만165원) 순이다.
최근 내장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골프장들은 2인 플레이 허용, 27홀 플레이 할인, 지역주민 할인, 18세 이하 청소년 할인, 조식 제공 등 파격 특가로 손님 끌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린피, 카트피, 캐디피, 식음료 등 부대비용을 합하면 18홀 플레이당 20~25만원 가량의 라운드 비용이 필요하다.
골퍼들은 국내 골프장의 높은 그린피와 부대비용에 피로감과 거부감을 호소한다. 이에 3분의 1가량 저렴한 해외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